먹거리 엑스 파일이라는 오래전에 유명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방송에서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이유는 마트에서 일반 농산물을
유기농으로 바꿔 치기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 조언을 듣고 싶다고 피디가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때가 아마 2012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유기농을 재배하고 있지만 판로가 없어 일반 농산물로 판매하고 있는
생산자들의 농산물을 농부 SOS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다들 알겠지만 유기농으로 재배하면 일반 농산물보다 수확률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나마 조금 비싼 가격으로 판매를 해주는 소비자가 있어서 겨우 균형을 맞추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수익이 더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유기 농업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기다가 기름을 부을 만한 방송을 유명한 방송에 나온다면 거의 반 토막 날 정도로 판매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 방송 피디를 설득했다.
지금 그런 일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반대의 경우는 알고 있다.
"유기농산물이 일반 농산물로 판매되고 있다"는 내용의 말로 설득을 했고
피디는 그런 경우가 있냐면서 나에게 그런 농부들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당시 유기농업을 하고 있지만 판로가 어려운 농민들을 소개해주었다.
결국 그 방송은 꽤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해당 농민들의 농산물의 괘 많이 판매되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당시 함께 했던 농부들의 대다수는 유기농업을 포기했거나
손이 가지 않는 품목으로 변경했다.

[농부가 유기농으로 재배한 딸기를 맛보고 있다]
사실 대부분 없어졌다.
힘든데 가격까지 일반 농산물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보니 굳이 신념이나 열정만 가지고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유기농산물 생산 면적은 2012년 127,714 ha 2024년 68,165 ha로 46.6%가 감소했다.
물론 이 안에는 저농약 폐지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감소 비율의 63% 정도는 저농약이 친환경 인증에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기농이나 무농약도 37% 정도가 감소했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는 출생률과 관련이 있다. 대부분 유기농산물 시장의 신규 유입은 신생아가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부모가 새로운 유기농산물 소비의 주축이었는데 출생률이 떨어지면서 함께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것도 출생율과 관련이 있다. 친환경 농산물의 40%가 친환경학교 급식으로 공급되는데 학생수는
2012년 약 677만 명에서 2024년 약 513만 명으로 10여 년 만에 약 4분의 1 (24.2%)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러면 앞으로 전망은?
처음 유기농을 시작했던 1세대 농민들은 대부분 고령화되었고 고령화된 농민들 대부분이 유기농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유기농 산물을 일반 농산물에 비하여 노동력이 더 필요하다. 제초제 한 방이면 될 것도 손으로 제초를 해야 한다.
농촌은 초고령화되었고 손이 많이 가는 유기농산물이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전 세계 유기농 경작 면적은 2012년 3,750만 ha에서 2022년 약 7,640만 ha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 규모도 170조 정도로 성장했다. EU는 2030년까지 전체 농지의 최소 25%를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보조금 지급 등 강력한 정책 지원을 통해 유기농업을 육성하고 있다.
한국도 나름 목표를 설정하고 친환경직불금을 2023년 조금 올리기는 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유기농업을 지속하기 위한 농가의 신념과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한국 유기농산물 생산 면적은 단기적으로는 감소세가 둔화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어려움으로 인해 꾸준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사실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의 유기농가를 찾아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유기농을 하던 많은 농민들이 사라졌다.
그나마 수치를 유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유기농 재배가 쉬운 작목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