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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내농장 두 농부]


1998년 당시 IMF 외환위기로 인해 직장을 잃고 농촌으로 눈을 돌리던 도시민들에게 생태적 삶과 자립적인 농업 기술을 가르치기 위헤 실상사에 귀농 귀촌학교가 설립되었다. 인월과 산내는 지리산 뱀사골이나 백무동 코스를 이용해 지리산으로 오르려는 산꾼들의 나들목이었다. 하지만 2000년이 넘어서면서 인월과 산내는 귀농 1번지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곳이 되었다. 그렇게 전국에서 귀농·귀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인구 2000명의 작은 면 소재지인 산내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그 바람을 타고 서석곤 임부영 농부도 2009년에 산내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귀촌자는 흔하지만, 귀농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많지 않다. 그도 그런 것이 귀농이라고 한다면 생계를 농업으로 삼고자 하는 것인데 전문 농부도 손을 털고 농촌을 떠나는 마당에 초보 귀농인들이 농사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내 농장의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어쨌든 농업으로 살아보자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것도 태평농법으로 말이다. 태평농법(太平農法)은 이름 그대로 '태평하게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독창적인 자연농법이다. 농학자 이 영문이 체계화한 이 방식은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여 자연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그 힘을 빌려 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태평농법의 핵심 철학과 주요 특징은 이 4가지다. 무경운 (땅을 갈지 않음) 무비료 (비료를 주지 않음) 무농약 (살충제/제초제를 쓰지 않음) 무제초 (풀을 뽑지 않음) 다. 두 사람은 태평하게 태평농법을 해보자고 작심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태평하게 농사지어서 먹고 살기엔 농업과 자연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농사라는 것이 자연 생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처음에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농사지어서는 먹고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희는 5천 평 정도 농사를 짓고 있어요. 벼농사 2,800평과 고사리 1,200평 그리고 800평 정도의 밭농사입니다. “

두 사람은 벼농사를 태평농법으로 해봤지만, 곧 실패했다. 이렇게 농사지어서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유기농 우렁이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다행히 고사리는 그나마 태평하게 재배할 수 있다. 하지만 수확은 태평하지 못한 고된 일이다. 봄이면 고사리처럼 땅에 붙어 매일 고사리를 수확하고 삶고 말려야 한다. 고사리밭도 풀이 자라기 시작하면 풀 잡기가 쉽지 않았다.

“ 태평농법이나 자연농법을 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저도 그렇게 해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니 실제로 자연농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니까 누가 자연농을 한다고 소문나잖아요. 소문나면 그 사람들은 그냥 소문일 뿐이고 정말로 농사를 지어서 먹고사는 사람은 거의 없더라고요. 저는 그런 농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건 그 도시농업이나 이런 거 하는 그분들한테 보급하면 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하고 있어요. 100평 이하의 소규모 농사는 할 수 있는 거죠. 먹고사는 농사는 힘들지만요.”

 

 자녀분들은 있나요?

“네. 딸과 아들이 있어요. 둘 다 고등학생이고 기숙사에 있습니다. 학원에 보내지 않아 아직 큰돈이 들지는 않아요. “

대학에 가면 귀농하신 분들이 도시로 가서 돈을 버는 분들도 꽤 있더라고요. 자녀분들이 대학에 가게 되면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현재 농사로 가능할까요?”

"처음 내려올 때는 세상이 변해 대학 안 가도 될 줄 알았는데 학교 안 가는 환경으로 변하지는 않더라고요. 그러니까 대학교 안 가도 괜찮은 세상이 올 거라고 생각은 좀 했었는데 그건 안 됐고 대신 대학교 가르치는 비용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장학금이 많죠?

“네. 다행히 지금은 저희처럼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주는 장학금이 많아요. 그래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소득이 적은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웃음)

 

그럼 이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 같은 질문인데요. 5,000평 유기농업을 하시면 소득이 어느 정도 되나요?

“뭐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대충 어림잡아 두 사람이 한 사람 정도의 임금을 번다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큰돈은 아니지만 산골에서 소박하게 살면 충분하게 살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아주 못 살 거나 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아직은요.”

 

5000평 논밭은 모두 직접 소유하고 계신가요?

처음에 들어올 때 땅과 밭을 구매했어요” “임대해서 농사짓는 땅도 있지만요” 저희 땅이 반 임대 반입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이유가 있나요?

“네 저희는 아직 밭농사는 비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어요. 사실 비닐을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다 보니 비닐을 사용해서 농사짓는 법 자체를 모르고요”

 

비닐을 사용하지 않으면 제초가 가장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제초는 어떻게 하시나요?’

“네. 주로 멀칭을 많이 합니다. 톱밥을 뿌려 주기도 하고요. 김매기를 하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비닐을 사용했으면 비닐을 썼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은 비닐을 쓰는 방식으로 가는 건 또 너무 위험해서 비닐 농법을 배운 게 없잖아요. 비닐 쓰는 거 하면 또 새로운 거 뭘 하면 항상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비닐의 장점은 굉장히 많이 알고 있고 비닐이 없으면 농사를 못 짓는다고 생각을 하는데 비닐 쓰는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또 비닐 때문에 문제가 많이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일단은 저희는 농사짓는 동안은 비닐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름 오랫동안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짓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했고요”

 

아…. 그 풀 잡는 방법을 물으셨죠? 

"겨울에는 대부분 그 고랑 애플 잡는 건 헤어리베치 해서 잡고 김매기를 합니다. 풀 잡는 별 뾰족한 수가 없더라고요. 풀 잡는 법 그거 연구하는 게 제가 제가 주로 하는 일이에요. 뭐 톱밥 그러니까 목기 공장 있는데 거기서 톱밥 같은 것을 주니까요. 그거 갖다가 많이 덮어주고 하여튼 피복 덮어주는 게 되게 많았고 뭐든지 이렇게 덮어줄 것만 있으면 덮어주면 풀은 약간은 제어가 돼요."

 

“비닐을 쓰는 사람들은 모를 텐데, 저희는 배추와 투쟁하듯이 농사를 지어왔거든요. 좁은 가슴잎벌레(무당벌레붙이는 3~4mm 정도로 아주 작고, 타원형이며 짙은 남색이나 검은색의 금속광택이 난다. 얼핏 보면 아주 작은 무당벌레처럼 생겼다. 주로 서늘한 기후를 좋아해서 봄과 가을 특히 김장 배추 시기에 기승을 부린다. 치명적인 이유 성충과 유생(애벌레)이 모두 잎을 갉아먹는다. 처음에는 작은 구멍을 내지만, 개체 수가 불어나면 잎맥만 남기고 잎 전체를 그물처럼 만들어버려 작물이 광합성을 못 하고 고사하게 된다.)라고 무잎벌레라고도 부르는 게 있어요.  그걸 퇴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처음에는 약을 안 치고 자담유황 같은 걸 써봤는데 되더라구요. 근데 올해는 비가 많이와서 그런지 쫄딱 망했습니다. 거의 다 죽었어요.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더라고요 잡아도 땅속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니까요. 비닐을 사용하면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고 하더라고요. 

 

힘든 배추 농사를 짓는 이유가 뭔가요?

 

"저희가 주로 양배추 농사를 많이 지었어요. 근데 양배추는 한 번 구매할 때 양도 적어 팔기 힘들더라고요.  수요가 확실한 작물을 하자는 생각으로 배추 농사를 시작했어요. 배추는 절임 배추를 하지 않더라도 지역에 귀촌자가 많아 김장철에 충분히 판매할 수 있어요. 반면 양배추는 잘 키워도 판매가 어렵죠."

 

브로콜리는 어떤가요? 양배추보다 브로콜리 재배가 유기농 재배하기가 수월하던데요. 

“그래서 작년에 브로콜리를 꽤 많이 했어요. 그런데 여름이 너무 덥고 9월까지 폭염이 이어지니까 이상 성장을 하더라고요. 계속 곁순이 나오고, 날이 너무 뜨거워 꽃이 맺혀야 할 때 안 맺혀요. 뒤늦게 맺히긴 했는데 그때 전국적으로 고온 때문에 브로콜리 바이러스가 돌았었어요. 뭐든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후 위기가 심해지면서 농사를 포기하는 농부도 생겨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후 위기 때문에 농사를 포기한다는 친구도 있는데, 저희도 브로콜리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포기할 정도인가 싶긴 해요. 저희가 농사를 원래 아주 잘하는 편이 아니라 망해도 정확한 이유를 모를 때가 많거든요.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니까 반은 망하고 반은 잘 돼요. 그렇게 살아남는 거죠. 올해는 콩이 잘되고 내년엔 팥이 잘되는 식으로요. 주력인 벼농사와 고사리는 기후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편이라 다행이죠.”

 

무경운을 하시잖아요? 아마 태평농법을 하시니까 그런 것 같은데요?

“무경운이라고 해서 땅이 딱히 부드러워지는 건 아니 것 같아요. 딱히 다른 밭과 비교를 안 해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논밭에 갈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줄어들죠. 원래 트랙터가 들어오려면 밭이 커야 하고 작업을 세트로 계속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안 하니까 편해요. 밭을 갈아엎는 과정이 없어 다음 작물을 바로 심을 수 있어요. 나름 장점이죠. 밭이 쉬지 않고 다음 작기 작물을 재배 할 수 있죠. 양파 다음에 땅콩을 심는 식으로 사계절 내내 계속 활용할 수 있거든요.  무경운에 비닐을 안 쓰기에 가능한 일이죠. "

 

아! 보통 일반 농사는 작물이 끝나면 밥을 갈아엎고 로터리 작업을 하고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하니까 이 작업이 없어서 나름 편하다는 이야기군요. 

 

 

"네. 맞아요.”

 

자영농업이나 태평 농업을 하면 생태계가 균형을 이룬다고 하는데 오랫동안 해오셨는데 특별한 변화가 있었나요?

“흔히 논 안 갈고 농약 안 주면 생태계가 균형을 이룬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체험해 보니 말과는 달라요. 아까 말한 좁은 가슴잎벌레는 온 밭에 퍼져서 균형을 찾지 않아요. 몇 년째 계속 번식해서 밭에 쫙 깔리거든요. 논리와 체험은 다른 게 많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지렁이가 아주 많아요. 두더지도 많고요. 그래서 그런지 굼벵이 피해는 거의 없어요”

 

농산물을 거의 직접 판매하는 것 같은데요. 최근 유기농산물 판매는 어떤가요?

“옛날에는 우리가 직거래로 판매하는 가격이 네이버 최저가 보다 경쟁력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 가격이 상대적으로 너무 높게 느껴져요. 저희는 몇 년 전 가격 그대로인데 시장 가격이 변한 거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처음 나올 때부터 농사가 망하겠구나 싶었어요. 농사꾼들은 담합할 수 없는데 단일 시장에서 최저가 경쟁을 하게 되니까 가격이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이게 참 위험한데 대책이 없어요. 예전엔 판매 문자를 돌리면 주문이 꽤 들어왔는데, 요즘은 그게 너무 확 줄어든 게 느껴집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 앞에 있는 두 농부의 밭으로 가봤다. 마을에서 가장 큰 밭이라고 한다. 밭에는 좁은가슴잎벌레 피해로 죽은 배추와 내년 종자로 사용할 쪽파, 그리고 당근, 멀칭에 사용할 호밀이 심겨있었다. 대신 여느 농가에나 보이는 비닐 조각 하나 보이지 않았다.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두 농부는 이렇게 말했다. 

자연농이나 태평농으로 시작해 계속 후퇴하고 있습니다. 하다 보니 안 되는 것들이 늘어났어요. 무제초나 무경운 무제초 같은 초장기 생각들이죠. 밭은 무경운이지만 논은 경운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하나 둘 밀려가고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 보루라고 해야 할까요? 비닐은 사용하지 않아야겠다는 고집이죠. 그래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무비닐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현대 농업에서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가장 힘든 일이다. 비늘만 사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무수한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 앞에 보이는 지리산 푸른 하늘이 시원하게 보였다. 따스한 햇살이 눈이 부시게 마당에 쏟아졌다. 앞마당에 달아 놓은 곶감이 빛나고 있었다.

 

[사진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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