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품종을 심었다는 연락이 왔다.
오래 알고 지내던 농민이다.

섬진강을 건너 구례구, 곡성 그리고 남원으로 간다.
다시 강을 건너 남원 금지면에 도착했다.
"어디 계세요?"
"아.. 벌써 왔는가?"
"네"
"어디 하우스로 가면 되나요?"
"여기.. "
"복숭아 심었던 곳으로 가면 되나요?"
"그래, 거기 맞아."
오래전에 그 하우스에는 복숭아가 심어져 있었다.
하지만 잘되지 않았고, 이제는 포도가 자라고 있다.
농장에 들어가 보니 사람은 안 보이고 멀리 닭 몇 마리가 흙을 쪼고 있다.
하우스 끝에서 황 농부님이 걸어오신다.
"아이구, 더운데 어찌 지내?"
"뭐, 저야 잘 있어요."
이런저런 근황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건 무슨 품종입니까?"
"캠벨 615라고 하는 신품종이야. 캠벨하고 비슷한데 수확이 빠른 품종이지.
씨도 없고 당도도 캠벨보다 높고, 병충해에도 강하다고 하더라고."
농사는 멀리서 보면 항상 그대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포도가 나오고 배가 나오고 사과가 나오고,
철이 되면 복숭아가 나오고 매번 그 시기에 때맞춘 과일들이나 농산물이 수확된다.
하지만 같은 복숭아도 작년의 복숭아가 아니고, 포도도 과거의 포도가 아닐 수 있다.
농민에게는 말이다.

국내에는 매년 새로운 과일 품종과 채소, 과채 품종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중에 몇 개는 실험적인 농민들이 시도를 해보고 검증을 거치고 나면 전국의 농민들에게 퍼진다.
최근 몇 년간 가장 인기가 높았던 품종은 샤인머스캣이다.
처음 심었던 농민들도 이런 품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도를 했고 그것이 성공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캠벨 같은 전통적인 포도를 재배하던 농가가 품종을 바꾼다.
홍수 출하가 이어지고 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기존의 캠벨 가격은 오르고 샤인머스캣은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식품은 보수적인 시장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대부분의 식재료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외국에 나가면 김치가 생각나듯, 달달한 샤인이 최고처럼 여겨지던 시기가 있었지만 과거의 캠벨 맛을 잊지 못한다. 잠시 한눈을 팔다가도 돌아간다.
식품은 그런 시장이다.
하지만 농민에게는 숙제가 있다. 같은 품종을 오래 심다 보면 그 품종에 맞게 진화한 벌레들과 균, 선충들이 농장을 지배하게 된다.
오래된 품종은 그 공격에 대응하기 어렵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더 많은 농약을 쳐야 한다.
그러다 보니 병충해에 강하고 기존 벌레들과 익숙하지 않은 품종으로 대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사람도 그렇듯이 나무들도 젊은 나무들이 생산량이 많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새로운 품종을 심는 이유가 된다.
캠벨 615도 그렇게 이 밭에 정식되었고 첫 수확을 시작했다.
생산 농가의 말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병충해에도 강하고 맛도 좋고 색도 잘 나온다고 한다.
캠벨은 익으면서 검은색으로 변해야 하는데, 붉은색에서 끝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새로운 포도를 먹어보니 정말 기존의 캠벨에 비하여 당도가 높다. 씨도 없어 먹기 편하다.
보통 포도씨를 없애기 위해 처리가 필요한데, 이 포도는 씨 자체가 없다. 블랙 사파이어(가지포도)와 비슷하다.
블랙 사파이어 포도도 신품종으로 많이 심었지만, 현재는 많이 남아있지 않은 씨 없는 포도다.
씨가 없어 먹기 편하고 당도가 높으며 송이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 캠벨은 송이가 잘 떨어져 유통할 때 힘들다.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지만 시장에서 과연 성공할 것인지는 별개다.
현재 남원에서는 두 농가가 시험적으로 재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올해 재배에 성공한다면, 내년에 더 많은 농가가 이 품종으로 변경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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