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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유혹
매년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가전제품부터 새로운 디자인의 옷과 신발까지, 세상은 늘 새로움으로 넘쳐난다.
오래된 익숙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것이 나오면 꼭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농사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새로운 품종이 쏟아져 나온다. 다수확이 가능하거나, 맛이 색다르거나, 병충해에 강하다는 장점을 내세우는 품종들이 많다.
개중에는 모양이나 색깔 자체가 아예 다른 경우도 있다. 참외인데 빨간색이거나, 고추인데 보라색이거나, 호박인데 파란색인 것처럼 기존의 통념을 깨버리는 시도들이다
. (이런 품종은 없다)

물론 이런 도전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아주 소수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한때 유행했던 야콘, 인디언 감자, 삼채 같은 품종은 많은 농민이 심어보았지만 반짝하고 사라졌다.
반면 블루베리 같은 품종은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상철 농부님이 이번에 심은 노란색 멜론도 비슷한 도전이다. 익숙한 기존 품종을 심었다면 안정적으로 팔렸을 텐데,
노란색 멜론은 아직 사람들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사실 멜론 중에서도 백자 멜론 같은 종류는 꽤 잘 팔리는 편이다.)
직접 먹어보니 당도가 참 좋았다. 부드럽게 녹아드는 기존 멜론이 부드러운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다면, 이 노란 멜론은 '죠스바'처럼 아삭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둘 다 달콤하지만 결이 다르다. 멜론이라기보다는 아주 달달한 수박을 먹는 느낌도 든다. 왜 이런 어려운 선택을 했냐고 물으니,
주변에서 인기가 좋다고 해서 어렵게 씨앗을 구해 심었다고 하셨다. 익숙한 길을 두고 굳이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매번 같은 일만 반복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권태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농부님 역시 반복되는 농사 속에서 권태를 이겨내기 위해 새로운 품종이라는 도전을 택한 것이리라.
인간은 일상의 반복이 주는 권태와 삶의 부조리 앞에서 절망하곤 한다. 그래서 카뮈는 《시지프 신화》의 첫 문장에서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며,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라고 했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이 부조리하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되, 우리는 지금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그뿐이다.
농부님의 새로운 시도 역시 권태를 극복하고 삶을 충실히 살아내기 위한 아름다운 과정이다. 비록 당장 시장에서 실패한다 해도,
그 시도 자체가 무가치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적어도 내가 직접 맛본 그 노란 멜론은 충분히 가치 있고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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