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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갈치 마을' 이장과 만나기로 했다. 

남원 산중에 마을 이름 '갈치'라고 하니, 

그 이름이 독특해서 더 끌렸는지 모른다.


함께 가는 일행들과 함께 갈치 마을로 이동하기 전에 남원 시내에 있는 갈치 집에서 갈치 조림을 먹었다. 

푹 끓여진 갈치와 무가 꽤 맛이 좋았다. 갈치 마을 가는 길을 남원에서 장수로 

나가는 길목에서 보절면으로 꺽어들어 몇 분 들어가는 나오는 초입에 있었다.


갈치 마을을 둘러보니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었다. 갈치 마을은 상갈치, 중갈치, 하갈치 



마을로 생선으로 비유하면 머리, 배, 꼬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갈치 마을과 바다에 사는 갈치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갈치의 꼬리와 머리가 비중이 작듯 중갈치 마을이 가장 크고 상갈치, 하갈치 마을에 각각 10가구 정도가 산다고 한다.


갈치 마을의 '갈'은 칡을 뜻하는 한자에서 왔다고 한다. 칡즙이나 칡차를 갈(葛)근차 갈근즙이라고 쓰는 그 한자다. 

칡이 많은 동네라는 뜻이라고 한다. 갈치 마을로 향한 이유는 다름 아닌 '갈치 신문' 때문이었다.


갈치 신문이라니... 도예 공방에서 갈치 마을 이장을 만났다. 그는 40대 중반의 도예가였다. 

도자기를 만드는 그는 어쩌다가 마을 이장이 되었을까?


그는 이 마을 태생으로 30대 초반에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첫 아이를 낳고 아내에게 자기의 고향이 아름다운 경관과 자연환경을 갖춘 멋진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꼬드겼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온 고향은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던 아름다운 시골 마을은 아니었었다고 한다.


"돌아와 보니 마을은 어렸을 때 추억으로 남아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어요. 

갈치 천에 맑은 물과 물고기가 아닌 비닐과 온갖 쓰레기가 흘러가는 곳이었죠. 

마을 주민들은 서로 험담을 하고 저는 마을 사람들과 전혀 어울리지도 못했어요. 

도시에 살던 기준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는 마을 사람들에게 가시가 박혔죠."

 

갈치 마을 이장과 갈치신문 편집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뭐가 잘못되면 모두 제 탓을 할 지경에 되었습니다. 

저는 마을에서 적응하지 못했고 한옥 목수로 5년을 떠돌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이장을 해보라는 마을 분의 추천으로 이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이었어요."


- 갑자기 이장으로 선출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마을에 축사가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소음과 냄새 때문에 축사가 없어지기를 

원했지만 같은 마을 출신인 주인에게 차마 말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 분들에 비하면 말하기기 수월하다고 생각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이장이 되고 나서 마을 악취를 풍기던 축사는 사라졌습니다. 마을 이장으로 

선출된 다음에 저는 3가지를 공약했습니다. 첫째는 환경, 둘째는 화합, 셋째는 소통이었습니다. 


환경은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장이 되고 나서 

갈치천을 깨끗하게 청소를 했습니다. 마을 입구에 보기 싫던 쓰레기장도 옮겼고요.


둘째는 마을 사람들 끼로 욕하기보다는 서로 칭찬하고 화합하는 것입니다. 

매일 마을 어른들을 만나서 칭찬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잘 웃으셔서 좋아요. 

아저씨는 부지런해서 좋아요. 그리고 마을 분들에게 서로 험담을 그만 하고 서로 칭찬을 해보자고 계속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네 정말 마을 분들이 서로 칭찬을 하기 시작하니 마을 분위기가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셋째는 소통입니다. 제가 이장이 된 다음 여러 가지 마을환경 개선 사업을 했습니다. 

가장 많이는 최근에 13억 원짜리 사업도 있습니다. 이건 2023년부터 시작됩니다.


다른 마을 개발 사례를 보니 마을 사업을 한 이후에 마을 사람들과 다툼이 늘고 서로 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게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을방송, 문자, 마을 밴드, 그리고 마을 신문까지 만들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궁금해하던 그 갈치 마을 신문이 바로 마을 분들과 소통을 위해 만든 신문입니다.


마을에 노인 분들이 많다 보니 문자나 인터넷보다는 종이가 그마나 가장 좋은 소통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년간 진행했고 최근 31호까지 만들었습니다. 매월 1회 발행하고 있어요.


갈치 마을 신문은 마을 이장 이병구씨와 마을 주민 서광석씨가 만들고 있습니다. 

예산은 군에서 마을 활력 사업으로 매달 50만 원을 지원받아 350부 정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 배포는 어떻게 하나요?


"마을 반장님들이 하고 있습니다. 저희 마을이 총 7반인데 각 반장님을 선출해서 그분들이 마을 신문 배포하고 있습니다."


마을 신문을 통해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고 마을 분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좀 더 알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5년 전 갈치 마을에 귀촌한 서광석 씨는 마을 분들과 함께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마을 분들을 인터뷰하면서 서로 친해지고,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신문 발행 초기부터 마을 신문 편집장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자기 이름이 들어간 타일을 만들었다.




- 마을에 회관에 타일이 재밌더군요?


"마을 분들과 함께 체험 활동으로 타일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마을 분들이 참여해서 타일을 만들어 마을회관에 장식했습니다. 

저희 마을도 여느 시골 마을처럼 노인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마을에 80년을 살아도 죽고 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죠. 

그래서 그분들이 살던 마을에 자기 이름을 남긴 타일을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마을 분들 모두 너무 좋아하세요. 마을 분들의 이름 그다음은 자녀분들 그리고 요즘엔 손주 이름으로도 만들었습니다."


갈치 마을은 이것 말고도 2022년 10월에는 치치페스티발이라는 마을 행사도 진행했다고 한다.


마을을 돌아보니 정말 특별한 것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산골 마을이었다. 지리산 산간 여러 아름다운 마을처럼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았다.


하지만 마을이 아름다운 것은 마을의 환경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좋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 칭찬하고 

서로 소통이 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살기 좋은 마을일 것이다. 갈치 마을을 떠나오면서 다시 한번 마을회관을 가봤다.


마을 분들의 이름을 가득한 마을회관 지나갈 때마다 내 이름을 찾아보고 흐뭇해하는 동네 어른들의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갈치는 없지만, 행복이 가득한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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