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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거래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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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어머니는 여름이 되면 아직 다 크지 않은 열무로 김치를 담그시곤 했다. 

열무 김치는 달큼하게 익으면 뽀글뽀글 익는 소리가 났는데 그 때가 열무가 가장 맛있는 때라고 했다.

내가 살던 집은 오래된 시멘트 기와에 동향집이라, 여름 우리집엔 아침마다 뜨거운 햇살이 토방 가득 넘쳐 났다.
오전에 이미 한 낮 같은 더위가 집안까지 가득했지만 뒷마당에 키 큰 감나무를 타고 시원한 

소슬바람이 좁은 뒷문을 타고 들어와 견딜만 했다.





우물에 넣어 둔 빨간 김치통엔 열무김치가 익어 가고
어머니가 아침 일찍 해서 넣어둔 바구니의 쌀밥이 고슬고슬 해지는 점심이 되면 

들기름에 열무김치를 넣어 쓱쓱 비벼 먹었다.

세상 그 어떤 맛도 비교 되지 않을
만큼 맛이 좋았다.

햇살이 조금씩 누그러지면
동네 친구들과 냇가에 나가 우렁이를 잡아 회무침을 해 먹기도 했는데
그런 날이면 의례 집에서 몰래 훔쳐온 댓병 소주가 등장했다.

우린 고등학생이었지만 술을 먹는 것에 대부분 관대했고
동네 아주머니들 들일을 도와주는 날이면 아주머니들도
새참으로 막걸리나 맥주 정도는 당연하게 주던 시절이어서
고등학생이 술을 먹는다고 타박하지도 않던 시절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는 일이 비슷하면 대접도 비슷했던 것 같다.
같이 논에서 힘든 일을 하는데 고등학생이라고 술 한 잔 안 주는 것은 차별처럼 보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렁이 무침에 소주 한 잔을 먹고 동네 뒷산에 누워 하늘 가득한 구름들을 보곤 했다.

꽃 향기인지 풀 향기인지 아니면 달큼한 첫사랑의 향기가 마음속에 구름처럼 부풀면 냇가에 들어가 

올라온 취기와 열기를 물과 함께 흘려 보냈다.

입추가 지나고 여름 햇살이 점점 사위어 가면 마침내 여름 방학이 끝나고
다시 도시의 후미지 자취방으로 떠나야 했다.

그 날의 밤 버스는 유난히 빨랐다.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흐릿한 것은 까닭 없이 맺힌 눈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를 기다리던 암울한 학교 생활 때문이었을까..

어머니가 싸준 김치면 쌀이면 반찬들이 가득한 가방을 지고
밤 기차를 타고 기다리는 사람 없는 그 곳으로 가던 날 조차 그리운 것은
나를 배웅하던 어머니의 곧은 허리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늙어 버린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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