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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10년 전 누나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일주일 전에 병원에 입원했고 일주일 후에 세상을 떠났다.
주렁주렁 온갖 주사기와 줄로 연결된 모습이 누나의 마지막이었다.
한 밤중에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고 검사를 했고 작은 수술을 했다고 했다,
그 작은 수술 이후로 누나는 깨어나지 못했다.
누나의 나이는 49살 지금의 나보다 어린 나이다.
중고생이었던 조카들은 30대가 되었다.
“우리가 누구든 기다리고 있는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누구나 다 마치 죽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톨스토이-
나보다 7살이 많은 누나는
가난한 농부의 맏딸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누나가 대학이 아닌 취업을 해주기를 원해다.
누나는 여상에 입학했지만 미대에 입학했다.
이젤를 들고 다니던 누나를 따라
학교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대학 캠퍼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누나는 멋져 보였다.
대학에서 만난 매형과 25살에 결혼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다.
작은 쪽방에서 시작한 누나의 결혼 생활, 돈 벌이에 재주가 없는 매형을 만나 평생 가난한 삶을 살았다.
누나는 항상 무슨 무슨 일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아직 어렸던 내 눈에도 누나의 가난은 너무 선명해서 숨길 수 없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진작 포기했다.
누나는 요리를 잘했다.
가끔 누나가 만들어 주던 요리를 먹다 보면
엄마의 맛이 느껴졌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바쁜 엄마 대신해 누나가 항상 어린 동생의 밥을 챙겨줬다.
잠결에 누나를 엄마라고 부른 기억이 난다.
엄마처럼 동생들을 항상 돌 봐주려고 노력했다.
가난한 집안의 맏딸이 해야 할 역할에 충실했다.
누나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에 누나는 순천만 정원에 갔다가
우리 집에 들렸다.
막 장마가 시작하던 여름 밤이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온다"
"그치”
저녁을 먹고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누나와 나 엄마 그리고 동생이 함께 빗소리를 들으며
오래전 추억을 꺼내 울고 웃었다.
“좋았다”
그 행복이 그렇게 짧게 끝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누나가 그렇게 쉽게 떠난 이후
우리 가족은 빈자리를 채우기라도 하듯 더 친밀해졌다.
하지만 빈 자리는 여전했다.
지난 화요일 누나의 기일
그날 오후 누나가 있는 익산 납골당에 갔다.
납골당에 있는 누나를 보고 있다.
죽은 사람은 말을 하지 못하고
산 사람이 뱉은 말은 죽은 자에게 닿지 못하고
빈 허공에 맴돌다 사라진다.
그녀의 사진은 너무 젊고
나는 그녀보다 늙었다.
그새 납골당은 복도와 홀까지 꽉 차 있었다.
죽는 사람은 늘고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나지 못하기에
납골당은 계속 늘어난다.
부모님 집으로 갔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가
오늘 무슨 날이냐고 물었다.
"별일 아닙니다.
아버지..
몸은 어떠세요.
아프지..뭐..."
우리의 대화는 항상 짧았다.
어머니의 표정을 본다.
어둡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하다.
슬픔이 깊게 내려 앉은 방안..
그나마 일주일 전에 새로 구입한 TV만 "쨍"하니 맑다.
이른 저녁을 먹었다.
익산으로 향한다.
형과 누나 그리고 나 동생...
매형과 조카들...
세상사는 이야기와 삶의 고단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누나의 대한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잊혀진 척 한다.
하지만 아무도 잊지 못했다.
죽음에 대하는 4단계가 있다고 한다.
심리학자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Ross)’는 이 기간에 부정, 분노, 타협, 우울의 4단계 심리 변화를 거쳐 마지막으로 ‘죽음의 수용’이라는 5단계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사람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것에 대한 분노,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없다는 현실과의 타협 그리고 심한 우울, 그 다음 죽음의 수용, 죽은 자는 수용이후가 없고 산 사람은 수용이후에 삶이 존재한다.
그리도 또 다른 이의 죽음도 이 단계를 반복한다.
그리고 결국 그도 자신의 5단계를 맞이한다.
다시 익산역..
행복해 보이는 젊은 커플들이 보인다.
아직 20대 젊은 청춘들
인간의 삶은 네 글자로 끝이 난다.
생노병사...
죽음은 완벽한 종결자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죽을 때 웃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오늘도 불행하다면 "죽음보다 불행한가"라고 생각해 봐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행복한 결정을 해야 한다.
걱정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학교 3학년
큰 누나와 매형 작은 누나와 나는 처음으로 지리산에 왔다.
화엄사, 노고단, 반야봉,뱀사골 2박 3일간이었다.
그 여행 이후 나의 삶은 지리산을 향해 있었다.
그 후 매년 지리산에 내려왔고 산을 찾았다.
그리고 결국 지리산에 내려와 산지 20년이 되었다.
나는 행복한 결정을 하였는가?
적어도 그때 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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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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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an*** ,   2023-09-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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