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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없는 팔순잔치

새벽 5시 30분

마을 이장님의 방송이 몽롱하게 들려왔다.

"네.. 이번 주말에 팔순잔치가... 있겠습니다."

아.. 마을에서 팔순 잔치를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농번기라 그런가,

방송을 이 시간이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엔 집집마다 방송중계기 설치되어 있다.

마을 스피커를 이용해 방송을 하는 경우보다는 중계기를 통해 방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그런지 최근에 스피커로 마을 방송을 들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아.. 얼마 전에 마을 상수도 검침을 한다고 주변 청소를 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청소를 했는데 왔다 가셨는지.. 안 보셨는지..

사실 우리 집은 마을 상수도를 쓰지 않는다.

지하수만 쓰다 보니 사실 확인해 봐야 계량기의 바늘은 작년이나 올해도 같다.

이장님도 이 사실을 알아서 그런지 검침이 있다고 한 다음날 확인해 보니

확인한 흔적이 없었다.

작년처럼 만원이 나올 것 같다.

쓰나 쓰지 않으나 6개월 만원이 기본요금이다.

마을 어른 팔순잔치에 내가 갈 일이 없다.

대부분 마을 어르신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나처럼 젊은? 사람은 없다.

나 역시 팔순잔치는 기억에서 가볍게 지웠다.

일요일 오전에 아이와 자전거를 타고 마을로 올라오는데

경로당 앞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네.."

"오늘 무슨 날인가요?"

"이 시간에 여기에 계시고"

"아! 오늘 아버지 팔순잔치를 하잖아요!"

"네.. "

"오늘 팔순 잔치를 하시는 거예요?"

"네.." .

"오늘이 돌아가신 아버지 팔순이시거든요."

"그래서 동네 분들에 음식 대접을 하려고요."

"아. 그러시군요."

"꼭 오세요."

이 어르신은 일주일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나도 문상을 다녀왔다.

망자의 팔순잔치라...

잔치와 죽음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 것 같은데.....

돌아가신 분은 작년에 위암 판정을 받았다.

그 분은 수술과 일상중에 일상을 선택하셨다.

수술과 항암으로 이어지는 일련을 과정을 선택하지 않고

판정 이전의 삶을 선택하신 것이다.

그래서 위암에 걸렸다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게 마을에서 자주 뵈었다.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도 마을에서 지인들과 웃는 모습을 뵐 수 있었다.

내 아버지는 파킨슨병을 앓고 계신 지 6년이 되었다.
처음에 걸음이 이상해지고 다음에 걷는 것이 힘들고
다음에 앉는 것이 힘들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활동할 수 있는 동작이 줄어든다.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고 약을 먹어도 시간이 지나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동작은 줄어든다.
결국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이 병으로 사망에 이르지는 않는다.

내 아버지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가 없다.

죽음도 치료도 선택이 불가능하다.

인간은 태어나면 바로 죽음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타게 된다.

종착역은 부자와 가난한 자 권력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누구나 같다. 종착역에 가기 전까지

불행과 행복 같은 역을 수시로 만나고 때로는 질병 같은 역을 만난다.

운 좋게 지나치면 기차는 계속해서 가고 잘못되면 기차는 바로 종착역에 도착하게 된다.

종착역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위암 판정을 받았지만 현재의 삶을 유지하고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고 치료를 받기로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치료를 받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주인공이 없는 팔순잔치는 마을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나누는 것으로 끝이 났다.

자녀들의 마음은 이로써 조금이라도 편해졌을까?
그러 했기를 기원한다.

참거래 농민장터 생산자셨던 고 장재진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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