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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거래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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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농부 조승현을 만난 것은 지난 2008년 7월이었다.


그가 나를 찾아온 이유는 수박 때문이었다. 


수확을 며칠 앞둔 그는 갑자기 판로가 막히게 되었다.


약속했던 업체가 수박을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수소문해서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했다고 했다.


 그는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사무실로 찾아왔다.




수박은 출하시기를 늦추기 힘들고 보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갈 곳 없던 유기농 수박에 나에게로 왔다. 그와 함께...



그리고 수박을 팔기 시작했다.


그의 사연을 들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수박을 모두를 판매할 수 있었다.


그는 택배를 보내면서 100g이라도 모자라면 그 안에 모자란 돈을 넣어 보냈다.


그는 신뢰를 보여준 소비자에게 다시 신뢰로 보답했다. 




그의 수박은 유난히 더웠던 2008년 여름은 시원했다.


  


하얀 러닝에 검정 고무신은 그의 "교복"이었다.  


이 모습이 내가 그를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니다.




아이는 컸고 그는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그는 하동군 횡천면에서 노모와 아이들 셋 그리고 서울에서 시집온 아내와 함께 살았다.




그의 아내는 서울에서 태어나 도자기를 만드는 일을 했다고 한다. 




"3년 안에 가마를 만들어 준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말한 세월이 20년 넘게 흘렀다.


가마는 없다.




그녀는 농부가 되었다. 흙 만지는 것으로 좋아했으니


흙에서 사는 것이 좋지 않으냐? 는 조승현 씨의 넉살에 그녀는 미소를 짓는 것으로 답했다.


좋은 것인가? 아닌 것인가? 묻고 싶었다.




"농사를 지어서는 몇 백만 원 하는 가마를 만들어 줄 수 없더군요.


한해 농사짓고 아이들 키우는 것도 힘이 들어요. 그래도 농사를 짓는 것은 좋아요."  




그는 젊어서는 유럽 배낭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특허도 받았다. 




벼를 이용한 액비다. 


" 비싼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 해서 농사를 짓는다. 


다른 것은 넣지 않아요. 




유기농에서 허용하는 자재도 쓰지 않습니다. 


수박은 수박의 힘으로 크고 저는 최소한의 것을 투입합니다.  




그의 수박은 정직했다.


다른 수박과 비교하면 당도가 낮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당도를 올리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안 하는 것입니다.


수박 본연의 맛에 충실하게 위해서입니다."  




그는 시인이다. 


그가 수박을 향해 쓴 시들을 공개한다.  




손 




단디 잡아라


빛을 향한 목마름은


니 책임이다.  




수박꽃 


늘 명심하십시오


푸른 잎 속에


억센 줄기 속에는


꽃과 향기가 자라고


똠 품고 있다는 것을


꽃은 어데서 왔을까요?  


조승현 농부의수박은 항상 맛이 좋았다. 

조승현 농부의수박은 항상 맛이 좋았다. 





애들처럼 살고 싶다. 




주구 엄마는


허리가 끊어진 듯


질질 엉덩이를 끌며


속옷으로 땀을 얼마나 훔쳤는지


얼굴이 벌겄타 


세상 넓고 넓은데


온 천지 꽃 중에


봄이 피는데 


더워 못살겠네


말을 하면서


수박새끼튼 뭐 한다고


주워 모으느냐? 




아이야  저 넓은 봄 가운데로 가라




짧고 짧은게


피는 것인걸....   


쌔가 만발이나 빠질 봄아 




봄아


이 쌔빠질 봄아


피려면 혼자피지


혼자서 흔들리지 


이 마음도 너 맘이더냐?   




오늘도 안녕 


매일매일 인사해요.


녹색의 마음으로


인사를 받아주죠


파란 안녕!   




으리기다 


허리를 낮추어


고개를 숙이고


잎이 넘어질세라


순이 엉길세라 


허리를 나추어


고개를 앞조리어  


보인다. 


여기도 까꿍 


저기도 까꿍   




현대 농업에게!! 


난 믿는다.


사람들은 높은 당도의 맛을 원하지만


단시간에 그것이 통하겠지만 


세상 가득 식물들은


수억 년 동안 동물들의 입맛을 결정해 왔다.


어디 열매가 같은 맛 나는 열매가 있더냐 


적어도 나의 농법은 식물들 스스로 겪어 냈을 때


그 속의 면역된 물질의 맛이 있다고 생각하지 


우리의 어릴 때 입맛을 자주 더듬어 보게 하지


어릴 땐 무엇이든 맛있었지.


왜 그럴까? 


우리의 입맛도 세놰 당하고 강요당하고 있지 않을까?


묻는다. 


현대 농업에게!!    




우리 수박 맛있어요.


수박 본래의 맛입니다.   


수확 앞둔 수박밭에서의 단상 


잎이 누렇게 변합니다.


뿌리의 잎은 노화로 기능을 잃어 갑니다.


마지막까지 있은 힘껏 영양분을 수박에게 이동해 줍니다.


수박은 터져라 모든 영양분을 축적합니다. 


수박넝쿨은 잎이 마를 때까지 씨앗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합니다. 포기란 없습니다. 


농부는 1년에 몇 번을 태어남과 죽음을 지켜봅니다.


농부는 자연의 섭리에 잘 순응합니다. 


사람 만이 내리사랑이 있겠습니까?


자연의 이치나 사람의 사랑이나 참으로 고귀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몇 해 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는 평생 돈이 안 되는 유기농을 고집했다.


그는 한 번도 부자로 살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연락이 없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세 번째 해가 바뀌던 




어느 날




처음 그날처럼 불쑥 전화를 해서


벌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를 만나러 갔다.




섬진강을 따라 화개, 하동을 지나고


산청 가는 도로 옆에 있는 그의 작은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오래전 그 모습 그대로라고 저는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불쑥 찾아와서는 암에 걸렸다고 했다.




그렇게 두 해가 지나고




그리고 


올봄 첫 꿀이 나왔다고 그가 전화를 했다.




항상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데이...




한 번 놀러 오시라케도....




막걸리라도 한 잔 합시데이...




그러게요. 




곧 가볼 께요...




봄이 가기 전에 오라고 했는데




나는 가지 못했다.




바쁘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조승연 농부의 아내분이 연락이 왔다.




"조승현 씨가 6월 6일 돌아가셨어요....." 




"네...?" 




"무슨 이야기죠..."라고 물었지만 벌써 눈물이 났다.




"연락을 하시지 그랬어요?" 




"아.. 갑작스럽고.. 그러지 못했네요. 죄송해요" 




" 연락처도 바꿔야 하고 꿀도 남아서.. 




"이렇게 전화를 했어요......




"농사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어떻게 해봐야죠




"아이들이 있는데요..."




봄이 가고 여름이 오자 그는 떠났다.




착하고 순박한 농부들이  점 점 세상을  떠난다.


나도 이제 이 판에서 떠날 때가 되어간다.


내가 좋아했던 농부들이 땅에서 삶에서 떠나고 있다.


그의 가난하지만 우직하고 정직한 농사를 나는 늘 응원했다.


이제 내가 응원하고 싶은 농부들이 줄고 있다. 




선하고 착하고 그래서 보면 눈물이 나던 


조승현 농부의  명복을 빕니다. 


함께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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