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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거래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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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누이는 어쩌자고 스물을 갓 넘긴 나이에
섬으로 시집을 가버렸다.
보길도에 놀러 간 누이는 그 섬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을 했다.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지만 나는 곧 섬으로
놀러 가도 되겠다는 생각에 곧 빠져 들었다.
1990년 어느 봄
혼자서 보길도를 찾았다.
대학입시가 끝났다는 해방감과
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와 광역버스 그리고 다시 버스
무려 6시간이 걸려 완도항에 도착했다.
완도의 겨울 바다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선착장 인근에 생선을 말리는 그물만이 나를 반기는 것 같았다.
보길도로 떠나는 배는 작은 통통배였다.
손님은 나와 젊은 여자였다.
손님 두 명과 선원 두 명을 싫은 막 배는
그렇게 보길도로 향하는 2시30분의 항해를 시작했다.
그 여자와 나는 흔들리는 배 난간을 잡고
해지는 남해 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보다 나이가 있어 보였는데 쓸쓸해 보였다.
고향인가요?
"아뇨"
"그럼"
겨울 섬을 가보고 싶어서요.
여자가 짧게 말했기에 더 긴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해가 져서 흔들리는 것 이외에는 더 이상 바다인지 육지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때 청별항에 도착했다.
청별이라 이름이 예뻤다.
창백한 푸른 별 지구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예송리로 향하는 버스에 탔다.
이윽고 예송리를 넘어가는 고갯길에 버스가 잠시
멈추듯 하더니 미끌어지듯 바다 속으로 빠져 들었다.
조용한 바다에 별처럼 배들이 총총히 박혀 빛나고 있었다.
나는 다른 행성에 도착한 것 같았다.

2/

선생님 글을 꾸준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헤밍웨이에게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야기가 생각났다면 끝까지 쓰지 말고 이야기 중간에서 멈추세요.
다음날 그 부분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하루끼도 같은 답을 했다.
그러면서 아마 헤밍웨이도 같은 말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끝까지 가버리고 나면 다시 시작하기 어려운 법이다.
섬은 끝이 존재하는 곳이다.
제한된 면적과 한정된 사람이 사는 세상,
새로운 사람이 섬에 들어가면 한정된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온전히 자신을 내 던지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이는 그런 곳에 자신의 삶은 던진 것이다.
끝까지 가버리고 나면 다시 선택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20대 초반의 젊은 누이는 어찌하든 스스로 버티고 살아가야 한다.
막상 도착한 누이의 집은 생각보다 좋았다.
네모 반듯한 양옥집이었다.
매형은 결혼을 하면서 집을 새로 지었다.
피서객이 없는 겨울 바다는 생각보다 단조로웠다.
할 일 없이 방파제를 걷거나 바다에 나가
파도가 밀려오고 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밀려오면 반드시 밀려 나간다.
단순한 반복이지만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른 아침에 매형을 따라 미역 양식장에 갔다.
미역이 긴 머리를 하고 파도를 타고 출렁 있는 모습을 봤다.
미역이 매달린 줄을 건져 올려 낫으로 잘랐다.
미역이 산처럼 배에 쌓였다.
경운기 엔진을 단 통통배에 미역을 싣고 미역공장으로 갔다.
아침 바다에 떠 오르는 태양은 강열했다.
지리산의 천왕봉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산 정상의 일출은 보기 어렵고 바다의 일출을 보기 쉽다.
그래서 더 좋았다.
매번 힘든 것은 참기 어려운 법이다.
부두에 설치된 크레인으로 미역을 들어 올리고 무게를 확인했다.
미역을 수매 하는 곳에서는 미역국을 주었다.
반찬은 삶은 미역이었다.
바다에서 잘라온 미역은 바로 삶아졌다.
삶아진 미역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한 바퀴 돌았다.
미역국을 손에 들고
벨트를 따라가는 따뜻한 미역을 건져 올려 초장에 찍어 먹었다.
미역국과 미역을 반찬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미역을 수확하고 미역국과 미역 반찬을 아침을 해결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없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매형에게는 형제가 많았다.
나와 같은 또래의 여동생이 이었다..
그 위로 한 명 아래로 한 명의 여동생이 있었다.
모두 예뻤다.
그 겨울에 우린 모두 할 일이 없었다.
매일 모여서 함께 놀았다.
특별한 놀이가 없어 화투를 치거나 바다를 걷거나 했다.
스무 살 청춘들에게 세상은 공허하거나 찬란하거나 두려운 존재였다. 확정되지 않은 미래는 불안과 희망이 공존한다.
스무 살이라면 그런 것은 외면해도 되는 나이다.
그렇게 즐거운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날 동갑 여동생이 친구 한 명을 데리고 왔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미 30년이 지난 일이기 때문이다.
여자 아이 하나가 더 끼게 되니 느낌이 이상했다.
저기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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