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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나무 피던 날


때 이른 산벚나무가 꽃을 피웠다. 

꽃도 피는 순서가 있는 법인데 요즘은 순서가 없는 것 같다.


[섬진강변의 벚나무]


보통은 왕벚나무가 먼저 피고 산벚나무는 나중에 핀다.

산벚은 잎과 꽃이 함께 나오는 편이고 왕벚은 꽃이 피고 잎이 나온다.

산벚 꽃잎은 왕벚에 비하여 숫자가 작아 정원에는 주로 왕벚나무를 심는다,


내가 사는 마을 파도리에는 지리산 둘레길이 있는데 

그 둘레길에 산벚나무가 몇 그루 있다.


이맘때 둘레길을 올려다보면 환한 가로등이라도 켜놓은 것처럼 보인다.

파도와 함께 산책하면서 걷는  벚나무 길은 꿈속에나 있을 것처럼 찬란했다.


이 벚나무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때는 이때가 전부다.

시간이 지나면 숲은 녹색으로 변하고 벚나무 역시 그 녹색의 하나로 잊혀진다.


정원에는 몇 해 전 심은 벚나무가 있다.

오래전 식목일에  나무 나눠 주기 행사에서 받아 온 나무다,


내가 행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예쁘고 좋은 나무들이 모두 나가고 

남은 것은 벚나무뿐이었다.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가 안쓰러워서 가져왔었다.


정원에 심을 나무이니 당연하 왕벚나무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산벚나무였다. 


주변에 벚나무가 흔해서 산벚나무를 집안에 까지 심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지켜 보고 있다. 

자를 것인가 말 것인가…


우리집 나무의 운명은 내 손에 달려 있다,

정원관리는 오롯이 내 임무이기 때문이다.

잘려 나가는 나무든 커가는 나무든 내 손을 거치지 않은 나무는 없으니까…


산벚나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은 청가시 나무와 함께 해먹을 지탱하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중이라 당분간은 잘린 위험은 없는 상태다.


더구나 벚나무 꽃은 길어야 2주 정도이고

그 다음엔 왕벚이든 산벚이든 같은 벚나무일 뿐이라서

굳이 왕벚이 아니라고 잘라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이유가 있다면 너무 크게 자라며 안 될 것 같다.

정원은 작고 나무는 많기 때문이다.


지금 정원에 산벚나무꽃이 활짝 피었는데 비가 오고 있다.

다 피지도 못한 꽃이 비에 젖어 떨어질 것 같다,




산벚나무 피던 밤


어제 아침에

하나 둘 피더니 

저녁에 돌아 오니 모두 피었다.


어두운 골목에 

와사등이라도 켜 놓은 듯 밝은데

속없이 비가 내린다


등이 꺼지지 않을지

걱정이 되어 자꾸 창을 열어 보니


꽃잎 떨어져

땅에서 

다시 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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